삶이란 따뜻하다가도 춥고 춥다가도 따뜻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삶은 꽉 채워져 사람보다 사랑이다. 거친 세상의 어느 삶이고간에 떠돌이별 같은 처지를 원하고 있지는 않지만, 화자는 두메로 떠나간 사랑 때문에, 자기를 두메로 내던짐으로써, 사랑의 변용을 탐색 중인 듯하다.

 그래서 이 깊은 밤 화자의 몸은 야위었으나 마음은 오히려 평온하다. 화자의 허물 속‘화자’야 말로 허물이라고 자숙하는 것이 아닐까. 그 허물을 찢기 위해 화자는 하하하 한바탕 웃고 사랑을 떠나보내려는 것이 아닌가. 먼 어둠 속에서 아픔이 도화선에 자꾸 불을 붙이고 있지만,

 다음은 시인의‘떠난 사람’전문이다. 연과 행을 한번 깊게 꾹 찔러보자. 피가 나올까. 눈물이 나올까. 독자의 몫이지만, 곁에 있었던 사랑이 훌쩍 떠나간 것에, 안타깝고 미안하고 그리워서 그 사랑을 어루만지다가 가슴에 묻었더니“돌아보지 않는/낯모른 나무 되어”초록 향기가 난다는,

 단순한 듯 복잡한 사실은, 그러나 복잡한 것보다 더한 심각성에 기인한, 그리움을 얘기하고 있다. 화자의 곡진한 사랑을 배신으로 갚는 생리에 허둥지둥하다가 어둠에 묻힌 침묵에서 바보처럼 취한 자신을 발견하고, 깨는 동안, 시인도 모르는 사이에, 한 편의 시가 태어났다. 시의 횡포일까? 반항일까? 통곡일까?

 떠난 사람 떠난 사람 이제는 거기 없고/향기 가득 숨을 쉬는 한 그루 나무 되어/더는 더/돌아보지 않는/낯모른 나무 되어//엇비슷한 나무들 흔들리는 숲에서/바람도 눈도 함께 이겨 가며 열심히 사는/이제는/아무도 모르는/흔한 나무들 세상 속에.

 시는 늘 그렇게 아프게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울 때도 뭉클할 때도 태어난다. 즉 희로애락에서 태어난다. 그래서 시인은 늘 세상에 겸손하고 미안하고 아프고 화나고 아름답고 때로는 오만하게 주책을 부리며, 세상을 추슬러 세상의 완성도를 높여 가는 것이다.

 시인의 시는 내면으로부터 부풀어 오르고 있음을 직감했다. 아마도 아픔과 오욕을 견뎌내야 하는 지옥과, 만물이 생동하고 꽃들이 피어나는 천당을 한 바퀴 휘돌아 나온 성찰과 자각의 리듬 무게에서“이제는/아무도 모르는/흔한 나무들 세상 속에”와 같이 가슴 저미는 사랑을 쓰다듬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의 소망은 만남과 헤어짐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은유적 이미지로 잘 짜인 이 시의 구성은, 1연과 2연에서 너와 나 즉 반전법을 구사함으로써, 현재의 상황에 대한 진술이, 떠나간 사랑의 행복을 비는 것이다. 특히 체념의 공간에서 긍정과 부정을 절묘하게 진술하는 특징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