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개의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노수봉 대표는 번 것의 10분의 1을 사회나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경기도 용인 수지구에서 느티나무마트를 운영하는 노수봉 대표(51세)도 욕심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 욕심은 돈이나 재물이 아니다. 고객 만족에 대한 욕심, 품질에 대한 욕심이다.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는 온갖 시련에도 끄떡없을 끈기가 있어야 하고 설사 쓰러진다 해도 또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배짱도 필요하다. 그 길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온갖 시련 끝에 비로소 고객 감동의 새로운 신화를 창조했는데 그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의 지난 이야기를 들어봤다. 

노동운동가, 장사에 매료되다

느티나무마트 노수봉 대표는 ‘별난 이력의 소유자’다. 일찍이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젊음을 걸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높은 이상을 좇아 젊음을 불태웠던 시절…그것은 분명 가슴 뛰는 일이었지만 먹고 사는 문제는 또 하나의 걸림돌이었다.
1997년, 모두가 어려웠던 IMF시절 노수봉 대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했다. 노동운동을 포기했다. 서른 즈음의 시기였다.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되면 반드시 돌아가리라.’ 다짐하며 노동운동가로서의 길을 접었다.
그렇게 떠나왔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농산품을 소매점에 배달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변변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서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 일이 신났다. 배달을 다니면서 소매점 사장님들과 인맥을 쌓는 것이 좋았다. 장사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래서 졸랐어요. 그때 제가 유난히 잘 따랐던 소매점 사장님이 두 분 계셨는데 제자로 받아달라고 떼를 썼죠. 결국 그 분들의 제자로 들어가면서 장사의 밑바닥부터 배울 수가 있었어요.”
이 일은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되기에 충분했다. 오늘날 마트인으로 살아가는 노수봉 대표를 있게 한 자양분이 됐기 때문이다.
노수봉 대표는 “그분들을 통해 마트인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밑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말한다. 마트는 결코 물건만 팔면 되는 곳이 아니었다.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곳이었다.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방법도 명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좋은 물건 싸게 주면 되는 거였다.

그렇게 가락동에서 3년을 보냈을 때 노수봉 대표도 많이 변해 있었다. 새로운 꿈도 가지게 됐다고 말한다.
‘장사를 해보고 싶다.’는 거였다. 그래서였다. 차에 물건을 싣고 다니면서 동네 장사를 하는 차장사도 했고, 야채가게에서 점원 노릇도 해가며 장사의 노하우를 하나둘 익혀나갔다.
그렇게 9년 남짓 흐른 2007년은 그의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다. 서울 금천구에 작은 마트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름은 은행나무마트로 지었다. 그것은 그가 하루 평균 3시간만 자며 독하게 일을 한 덕분이기도 했다. 장사 기법을 배우기 위해 허드렛일도 도맡아 한 보상이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어렵사리 마트를 오픈했지만 막상 마트를 열고 보니 또 다른 복병이 발목을 잡았다.

가족은 큰 버팀목이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장사기술도 배우고 직접 물건도 팔아보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마트를 운영한다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노수봉 대표는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만으로는 안 되는 난제도 많았다.”고 말한다.
날로 치솟는 임대료에 카드수수료 문제까지 동네마트가 감당해야 할 몫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카드수수료 문제가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보다 규모가 작은 동네마트가 오히려 더 높은 카드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 현실에 분통이 터졌다.
그런 조건 속에서도 그가 믿은 것은 하나였다. ‘좋은 물건 싸게 팔면 고객은 감동한다.’
장사를 처음 배우면서 알게 된 장사 기법을 마트를 하면서도 결코 잊지 않았다고 한다.
그 덕분이었을까? 처음으로 문을 연 은행나무마트에서 돈도 좀 벌었다. 그것을 밑천으로 해서 경기도 용인 수지구에 또 하나의 마트를 오픈했다.

노수봉 대표는 “마트를 지으면서 수려한 느티나무가 서 있는 것을 보고 마트 이름도 느티나무마트로 했다.”며 “입지도 좋고 경치도 좋아 큰 기대를 안고 시작했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말한다.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해 큰 손실을 보면서 심각한 위기를 겪기도 했기 때문이다.
노수봉 대표는 “아마 아내의 내조가 없었다면 헤쳐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지금도 아내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고 말한다.

멋지게 장사할 수 있었던 3가지 원칙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어렵사리 문을 열었지만 느티나무마트는 처음부터 잘됐다. ‘멋지게 장사하고 싶다.’는 노수봉 대표의 결의까지 더해지면서 단숨에 사랑받는 마트로 탈바꿈했다. 이때 노수봉 대표가 멋지게 장사하기 위해 철두철미하게 지킨 원칙은 크게 3가지였다.

첫째, 고객에게 사랑받자. 좋은 물건 싸게 주면 고객은 감동을 넘어 열광하고 두고두고 갚아준다는 걸 너무도 잘 알았다. 다들 알고 있는 원칙이었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아까워서 좋은 물건을 싸게 못 준다. 자꾸 미련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원가가 생각나서 그렇게 하면 매장의 그림을 안 좋게 한다. 상품가치가 떨어진 물건을 소진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장의 진열이 나빠지고 이미지가 실추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노수봉 대표는 “돈보다 고객감동을 언제나 제일의 덕목으로 삼았다.”고 말한다. 청과물에서는 더욱 신경을 썼다. “맛없으면 100% 환불” 지금도 매장 입구에 붙여져 있는 이 문구는 느티나무마트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다. 고객의 눈에 띄지 않는 흠집이라도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반드시 소진시켜서 최상의 품질만이 매장 안에 있도록 한다. 그렇기에 청과는 어떤 대형마트보다, 백화점보다 더 품질이 좋다는 평가를 절로 받는다.
둘째, 직원에게 존경받자. 1호점 은행나무마트와 2호점 느티나무마트에 이어 2014년 오픈한 3호점 소나무마트까지 세 개의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노수봉 대표는 16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그런 그가 직원들에게 쏟는 정성은 각별하다. 직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가짐이 마트 성공의 열쇠가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때 노동운동을 했던 전력이 그에게는 있다. 그래서일까? 매년 5월 1일 노동절마다 마트 문을 닫고 직원들과 함께 설악산으로 동해바다로 야유회를 떠난다. 특히 직원 복지는 노수봉 대표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다른 마트에 비해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긴 것도 이 때문이다.
셋째, 거래처로부터 칭찬받자. 거래처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들의 물건이 최상의 품질로 고객에게 빨리 선택되는 것이다. 노수봉 대표는 매장 상품이 고객들에게 선택받도록 항상 반짝반짝한 상태로 유지한다. 그러기 위해 상품가치가 떨어진 물건은 최대한 빨리 소진시킨다. 당장 손해로 여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매장의 물건을 반짝반짝하게 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노수봉 대표는 “이렇게 하면 같은 규모의 마트에 비해 매출규모가 적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멋지게 장사하는 즐거움이 있어 행복하게 장사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트업계에서 가장 기부를 많이 하고 싶어요”

마트업계에서 가장 기부를 많이 하고 싶다는 노수봉 대표! 실제로 그는 번 것의 10분의 1을 사회나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1호점이 있는 서울 금천구에는 국민기초수급자들에게 연간 1,200포 상당의 쌀을 지원하고 있고, <금천미래장학회> 지원 활동도 9년째 이어오고 있다. 2호점이 있는 용인 수지구에는 불우이웃돕기 및 노인회에 기부하고 있다. 그 자신이 너무도 어렵게 자랐기에 빈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노수봉 대표는 “돈의 도그마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먹고 살만하면 반드시 기부를 통해 사회에 돌려주자는 생각을 일찍부터 해왔었다.”고 말한다.
오늘도 고객, 직원, 거래처와 함께 더불어 잘 살고 싶어 하는 느티나무마트 노수봉 대표! 진심은 통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오늘도 마트 문을 열면서 고객감동을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