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산에 오른 시인의 자유로움이 만추가 멀지 않음을 알려 주는 듯 하다.

가을 오지나 말지
- 한용철의 가을편지-

푸른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없이
구름같은 하얀 포말이
하늘에 웃음 지으면
파도같은 구름이 너울거리며 춤을 춘다
창공을 선회하며 물고기를 유혹하는 기러기의 날개짓...
가을 하늘은 너무 태평스러워 감히 성내던 검은 얼굴을 생각 할 수가 없다

바람에 살랑이는 단풍잎들은 새순의 아픔과 뜨거운 태양아래 인내하며

비 바람의 쓰라림을 감춘채 태연을 가장하며
붉은 빛으로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있다
곧 다가올 자신의 희생을 모른채...

쓸쓸함과 기쁨으로 합쳐진
묘한 느낌이
이 깊어가는 가을속에 물들어 가면 뭉클거리는 고독은
슬픔으로 젖어가며
젖은 슬픔은 뙤악볕에 부스러진다
아ㅡ가을아 차라리
오지나 말지ᆢ오지나 말지ᆢ

<한용철·시인·음악인> 
 

전설적인 혁명가 체 게바라가 젊은 군인들에게 사로 잡혀 죽음을 목전에 두었을 때 군인들은 무장해제된 체 게바라가 두려워 총을 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괜찮다 쏘아라. 내 손에는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 자 쏘아라" 죽음을 당한 후 그의 빨간 가방속에는 한 권의 필사된 시집이 나왔다고 하는데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시가 빼곡히 들어 있었다. 시인도 어쩌면 그와 같은 용맹과 궤적으로 평생을 살아 왔는데 차라리 오지 말라고 가을에게 권하는 마음속에는 가을이 다가 올 때마다 태평스럽지만 색으로 천하를 덮는 가을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해 보인다. 조만간 가을로 가득찰 세상이 기다려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