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많은 비가 내리던 지난 8월 9일, 10일, 16일 3일간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 삶의 질을 향상 시키고자 늘 노력하고 연구하며 실천하는 금천구의 자랑 중의 한 곳인 금천노인종합복지관(관장 구자훈) 관내에 여느 때에는 그 모습을 보기 어려웠던 밝은 얼굴의 중학생들이 찾아왔다.
   금천노인종합복지관의 초청견학 & 일일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한울중학교(교장 김태빈) 학생들 이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급변하는 가족사회 속에서 직면하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금천노인종합복지관이 각종 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 약화된 가족기능 강화 및 노인문제를 해결하며, 노인복지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자 1?3 세대 간의 교류 기회를 제공하여 세대 간의 격차를 최소화하고, 학생들의 방문 견학을 통하여 노인과 금천노인종합복지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함양 시키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3일간의 공통 프로그램이었던 금천노인종합복지관의 사업 소개를 동영상 자료와 함께 진혜원 사회복지사의 중학생 눈높이에 맞는 재미있는 설명으로 첫 만남에 어색한 분위기로 일관하던 학생들도 새로운 정보에 대한 감탄과 놀라움 등 반응도 각양각색으로 뜨거웠다.
   뒤이은 복지관 라운딩 시간에는 복지관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학생들에게 복지관에서 여러 활동을 하시는 어르신들의 활기찬 모습을 소개하였다. 탁구반의 수업을 견학하던 학생들에게 어르신들과 경기를 권유하자 “강 스매싱에 완전히 주눅 들어서 못 하겠어요.”라며 어르신들의 실력에 고개를 저었다.
   복지관 양쪽 복도 벽에 걸린 멋진 서예 작품들이 서예반 어르신들의 작품이라고 설명하자 약속이나 한 듯 “와-아!”를 연발했다. 일일체험 프로그램 중 첫째 날과 둘째 날은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계신 데이케어 센터 내에서 진행되었는데, 첫째 날은 칠월칠석에 즈음하여 견우와 직녀가 만날 수 있도록 까마귀와 까치를 예쁘게 색칠하여 오작교를 만들었고, 둘째 날을 PET병 어항 속에 물고기와 수초 등을 꾸미는 놀이치료 활동 이었다. 방금 전까지 진혜원 사회복지사의 설명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던 학생들은 어느새 진지한 모습으로 돌변하여, 예의바른 말투와 행동으로 어르신들 옆에서 색칠하고 가위로 오리는 작업을 도와드리며, 행여 자신이 도와드리는 어르신의 맘이 상하실까 기분까지 살피는 등 지켜보던 데이케어 센터 선생님들을 감동시켰다.
   마지막 날엔 2층 열린마당에서 에어로빅 동아리 어르신들과 함께 신나는 에어로빅 수업을 체험했다. 쑥스러움에 음악이 흘러도 가만히 자리를 지키던 학생들은 열정적인 어르신들의 동작에 어느새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두 팔을 흔들흔들, 엉덩이를 씰룩씰룩한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친손자처럼 동작을 고쳐주시기도 하고, 잘한다고 칭찬도 아끼지 않으셨다. 금천노인종합복지관 열린마당 안은 흥겨운 에어로빅 음악과 1?3 세대의 열정적인 동작과 학생들의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수업이 끝난 어르신들의 어깨를 주무르는 학생들의 손길에 어르신들의 얼굴은 활짝 핀 박꽃으로 변해 있었고, 다함께 단체 사진을 촬영 할 때는 친손자, 친손녀를 챙기듯 챙겨 주셨다. 매일 프로그램이 끝나면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히 뒷일을 하던 조윤자 사회복지사가 자신보다 더 큰 상자에 학생들에게 줄 간식을 한가득 담아 학생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학생들에게 활동 후 소감을 묻자, “이런 경험은 처음 이예요.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어린이 집이나, 우체국 같은 곳에 가면, 서류 정리나 청소만 했었어요. 그래서 봉사시간을 왜 채워야 하는지 늘 불만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체험봉사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에어로빅도 하고,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잠깐이라도 도와드릴 때는 내가 마치 보호자가 된 느낌 이었어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도 이곳에 오셔서 친구 분들과 재미있게 활동하시라고 알려드려야겠어요. 다음에 꼭 다시 오고 싶어요.”라며 입을 모은다.
   학생들의 무한감동을 이유로 마지막 날엔 참석자 명단에 없던 한울중학교 학생뿐만 아니고, 인근의 다른 학교 친구들까지 많은 인원이 참여하여 당황하고, 인솔하느라 정신없었을 진혜원 사회복지사와 조윤자 사회복지사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이었다.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사실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어쩜 이렇게 학생들이 예쁘고, 착하고, 예의바른지 깜짝 놀랐어요.
    특히, 데이케어 센터에서의 진지한 눈빛이나 말투는 감동 그 자체였어요.” 라고 답했다. 요즘, ‘지하철 막말남’ 동영상 등 차마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안타까운 일들이 충격을 안기지만, 누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지나가는 어르신마다 공손하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던 학생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것을 알려주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