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시인 성미출판사대표)

'예술인 年 수입 1255만원. 분야 별로 보면 건축 4832만원. 방송 3957만원. 문학 214만원. 미술 614만원. 사진 817만원.예술인들의 4대 보험 가입률은 건강보험(95,29%).국민연금(58,8%). 산재보험(26%).고용보험(25,1%)' 이상은 문화체육관광부가 2014년 기준으로 발표한 예술인들의 평균치 수입 분포 현황이다.
'지난 해 한 가구가 한 달 평균 책값으로 쓴 금액은 약 1만6000원. 신간 단행본의 평균 정가가 1만7900원인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가구당 한 달에 책 한 권도 사지 않은 셈이다. 가구당 책을 사는 데 쓰는 돈은 5년 연속 줄어 최저치를 다시 경신했다.'(서울신문 3월4일 보도).
  이토록 책을 읽지 않으면서 노벨상을 꿈꾸는 우리의 현실적 환경 풍토가 참으로 안타깝다. '1989년 3월7일 종로 심야극장(2편 동시상영 파고다극장)에서는 '뽕2' 영화가 상영 중이었다. 새벽 3시 종영에 맞추어 청소도구를 든 청소원은 여전히 앉아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죽어 있었다. 죽은 사람의 검은 가죽가방 안에서 발견된 것은 한 권의 푸른 노트였다. 푸른 노트의 60여 편의 시편들은 그의 요절(1960년 생) 두 달 후 한 권의 시집으로 발간된다. 처녀 시집이자 고인의 유고 시집이 된 시집 제목은 '입 속의 검은 잎'이다.'
 경제적 가난에 정신적 빈곤도 심각했던 기형도(1967년 시흥국민학교입학) 시인의 작품 세계는 현실 부정과 죽음에 대한 침울한 잔상이다'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문학적 이미지는
프란츠 카푸카(소설 '변신'저자)와 유사하다. 
 기형도시인의 대표작 한 편을 소개 하겠다.

엄마걱정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점심식사를 마친 은행직원들이 후식으로 커피를 들고 마주 앉아서 읽고 있거나 읽었던 책 이야기를 나눈다. 그 시각 다른 식당에서 식사모임을 가진 문인들의 안색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 저마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 내심 누가 먼저 식사비 내지 않을까?
눈치 흘리는 고민에 찬 안색이다. 사회의 뒤편 냉방에서 전체 또는 부분 문장에 넣을 적절한 단어를 찾으려 옥살이에서 좀처럼 빠져나올 줄 모르는 예술인들의 가난은 대다수 어린아이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비 사회인들인 예술인들이 가난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좋은 작품을 남기고자는 불타는 사명감 때문이다. 분야별로 발전속도가 광폭한 우리나라의 어두운 이면적 환경이 아닐 수 없다.
 각 구역 기초단체장 별로 독서환경의 면적이 넓어지고 또한 다양한 독서방법이 활성화되고 있다고는 하나, 예술인들의 창작환경은 여전히 열악하기 짝이 없다. 연륜에 비해 경제수입이 적거나 전무하니 오로지 글만 쓰는 전업작가가 된다는 건 아주 벅찬 실정이다. 그래서 예술인들 거반은 시간 빼앗긴다는 속쓰림을 안고 부업(투잡)으로 식생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몇 년 전 안양에서 작가 지망생 여성이 굶어 죽었다는 신문보도 내용을 읽었던 적이 있다.
어느 만화작가는 시장바닥에 버려진 배춧잎 따위로 허기를 달래본 때가 있었다는 고백을 후담으로 들려주기도 했었다. 이러한 실상을 잘 알고 있었던 박완서 선생께서 오죽 했으며 사전에 빈소를 찾아주는 문인들에게는 절대 부의금 받지 말라는 당부를 남겼을까.
 등 따습고 배부르면 창작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은 일면 맞다. 하지만 찢어지게 가난하여야 심금을 울리는 훌륭한 작품이 나온다는 말은 잔인한 폭언이나 다를 바 없다. 인체의 연명은 식물에 달려있다.
가장 근원인 이 문제 해결 없이는 그 누구도 힘을 낼 수 없다.
 시대적 반영물인 문학의 사회적 역할은 역사 발굴이다. 여흥, 오락, 여가, 처세, 자기계발 등등을 소개하는 책도 독서의 발전을 이끄는 주역이나, 독재체제의 일면을 고발한 김지하 시인의 '오적'의 가치는 이보다 더 높다 하겠다.
문학이 인류에 끼치는 영향은 잠재적 인식을 깨우는 차원을 넘어 길을 찾지 못해 무한정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희망(정화)을 안겨 주는 것이다.
 시대의 변천이라 하겠으나 '책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화두는 아니다. 출판사 규모가 작아지는 가운데 서점 수도 줄어드는 환경은 정신적 결핍을 낳을 수밖에 없다. 보복 운전, 부모의 친자식 유기 사건 등은 인문학 상실이 주 요인이라고 필자는 감히 진단을 내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