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은빛이고 정확하다. 나는 선입견이 없다.
나는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즉각 삼켜버린다 있는 그대로,
사랑이나 미움으로 채색하지 않은 채. 나는 잔인하지 않다,
단지 진실할 뿐-모서리가 네 개인 작은 신의 눈. 대부분의
시간 나는 맞은 편 벽을 명상한다. 그건 작은 반점들이 있는
분홍빛. 너무 오래 바라보아서 그건 마치 내 심장의 일부인
것 같다. 하지만 그건 깜박거린다. 얼굴들과 어둠이 자꾸만
우리를 갈라놓는.
//이제 나는 호수다. 한 여인이 내게 몸을 숙인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알아내려고 나를 샅샅이 뒤지면서.
그런 다음 그녀는 저 거짓말쟁이들,
촛불이나 달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나는 그녀의 등을 본다,
그리고 그것을 충실하게 반영한다. 그녀는 눈물과 불안한
손짓으로 내게 보상한다. 나는 그녀에게 중요하다.
그녀가 왔다 갔다 한다. 아침마다 어둠을 대신하는 것은
그녀의 얼굴이다. 그녀는 내 속에 어린 소녀를 익사시켰고,
한 늙은 여인이 내 속에서 매일 그녀를 향해 솟아오른다.
끔직한 물고기처럼.

-실비아 플라스의 거울 중에서

사람이 평생을 사는데 거울처럼 맑게만 살 수 없다.
거울의 이면에는 오물과 거짓된 것들이 붙어있기 마련이다.
다시 말하면 깨끗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거울은 속을 훤히 바라다보는 것 같지만 실은
내 자신이 나를 드려다 보는 것이다.
나의 모습은 언제나 정직해야 한다. 모자를 바르게 쓰고
옷은 정갈하게 있었나를 평가 해주는 것이 거울의 참모습이다.
그러나 잔인하지 않은 면을 가진다.
그 말은 속속들이 보고 들어내 보일 것 같지만 그 것을
폭로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거울은 호수이기 때문이다.
호수는 듬직함이 있다. 듬직함이란 속내를 쉽게 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울 그 자체는 제 잘난 맛에 산다.
말이 없다. 표현은 오로지 이미지와 몸짓으로만 한다.
그것은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참 인간적이
모습만 보여주고자 하는 진솔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 박연복 http://blog.daum.net/yen307/1584906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