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남발한 적개심으로 꾸며진
남루하며 수줍은 놀이터,
딱 일 년만 살았다-
베벌리 농장에 있는 아버지의 오두막을
당신이 죽은 달에 시장에 내 놓았다.
텅 빈, 문이 열린, 친숙한,
도시가옥 풍의 가구는
장의사가 금방 다녀간 뒤에
발끝을 들고
운송업자를 애타게 기다린다.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지만,
여든 살까지 홀로 살 일이 두려운,
어머니는 멍하니 창문을 응시한다.
마치 목적지를 한 정거장 지나친
기차에 타고 있는 듯.

-robert lowell(1917-1977)의 팔려고 내 놓은 집중에서

죽음이 잔잔히 남아 있을 법한 그런
이미지가 그려지는 시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날 사랑하는 아버지가 세상을 뜨셨다.
갑자기 일어난 사실이라 믿기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었다.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허탈해하고 숙연해진다.
아버지가 쓰셨던 오두막집은 당신의 땀과 애정이
어린, 그러나 어머니와 함께한 숫한 세월의 때가
묻어 있는 집이었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어머니는 잘 알고 있기에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그녀에겐 그가 떠난 자리가 그렇게 컸던 것이다.
장의사가 다녀간 뒤에 발끝을 들고 운송업자를
기다리는 낡은 가구들의 표현이 아주 극적이다.
마치 목적지를 한 정거장 지나친 기차를 타고
있는듯한 어머니의 착각적인 심정은 놓칠 수 없다.

-시인 박연복(yen3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