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새가 불면/당홍 연도 날으리
//향수는 가슴깊이 품고
//참대를 꺾어/지팡이 짚고
//짚풀을 삼아/짚세기 짚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슬프고 고용한/길손이 되오리
//높새가 불면/황나비도 날으리
//생활도 갈등도/그리고 산술도/다 잊어버리고
//백화를 깎아/ 묘표를 삼고
동원에 피어오르는/한 떨기 아름다운/백합꽃이 되오리
//높새가 불면-

-이 한직 님의 높새가 불면 중에서

사람이 사는 중에 제일 강하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면
죽음일 것이다.
죽음에는 동반자가 없다.
그 먼 북망산을 혼자 서억서억 가야만 하는 길이 바로
그 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알게 모르게 가는 길이 그 길이었다면
복 많이 받은 일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동원에 피어오르는 한 떨기 아름다운 백합꽃이 되는 것도
그와 같은 이치다.
어느 날 하늘 높이 높새가 불어오면 그렇게 되고 싶은 것이다.
참대를 꺾어 당홍 연을 만들어 타고 지팡일 짚고 돌아가고
싶은 곳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생활도 갈등도 그리고 산술도 다 잊어버리고 가고
싶은 곳이 그것이다. 죽음이란 바로 그런 것들이다.

-시인 박연복(氷心 http://blog.daum.net/yen307/15849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