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우고 주는 사랑

이솝 이야기 가운데 '나그네와 플라타너스'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두 나그네가 여행을 하고 있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어 견딜 수 없게 되자 두 사람은 플라타너스 그늘에서 좀 쉬었다가 가기로 했다. 그들은 시원한 그늘에 누워 플라타너스를 올려다보며 한가롭게 말했다.
“이 나무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무야. 먹을 수 있는 열매가 열리는 것도 아니고, 꽃이라고 해봐야 볼품이 없거든.”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종종 이 플라타너스 그늘이 주는 혜택을 깨닫지 못할 때가 있다. 그 그늘이 얼마나 고마운지 잊고 산다.
아이는 이 플라타너스와 마찬가지로 가족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엄마는, “너를 위해 엄마는 이렇게 날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데, 너는 이 엄마를 위해 뭘 하지?” 하고 생색을 내며 아이에게 갖은 요구를 다 한다. 아이는 열매가 열리지 않는 나무일지 모르지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는 것을 엄마는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내 아이가 사랑스럽기 때문에 그렇게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하고 생각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엄마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런데 엄마가 자꾸, “너를 위해, 너를 위해…….” 하고 자신의 행위를 생색내면 아이는 불쾌해지게 된다. 그로 인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
가족을 사랑한다면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노동은 기쁜 것이며, 그로 인해 가족 모두는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가족을 사랑하지 않으면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노동은 고통이며, 그로 인해 가족 모두는 불행을 느끼게 된다.
개에게 먹이를 줄 때는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 개가 맛있게 먹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사랑을 담아 기꺼이 행하는 것은 보답을 바라지 않는 마음의 발로다. 개에게 줄 때처럼 아이에게도 마음을 비우고 준다면 부모의 마음은 훨씬 가벼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