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 종

이와 더불어 아이 스스로가 계획을 세우도록 배려하는 것도 아이의 자주성을 키우는 데 있어 좋은 훈련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을 아이의 판단에만 맡기라는 것은 아니다. 물론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부모가 체크하고 지도를 해야 하겠지만, 실패하더라도 위험부담이 적은 것은 되도록 부모가 시시콜콜 참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스스로 선택하여 실패한 체험으로 인해 아이는 다시 생각하고 발전하는 계기로 잡는 것이다.
'엄마가 하는 말은 절대적이므로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식의 말은, 다시 말해 '너는 무조건 내 말만 따르면 되니까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말과 같다. 이는 아이한테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게 하고 사고력의 발달을 방해하는 것이 된다.
이렇게 시시콜콜 부모의 지시대로만 행동하며 자란 아이는 '부모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성장해서 자기 스스로가 진로를 선택해야 할 때까지도 부모가 다 알아서 해 줄 거라는, 판단력도 자주성도 없는 인간이 되어 버릴 위험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부모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를 대할 경우, ‘왜 그런 짓을 하면 안 되는가’에 대해 아이가 납득할 때까지 말로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어린아이에게 말로 설득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몇 번이고 반복해서 설명을 듣다 보면 아이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무엇인가’ 하는 선악의 기준을 알 수 있게 되고, 이윽고 그 선악의 기준에 비춰서 상황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는 힘도 생기게 된다. 그런데 이와 대조적으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엄마 말을 안 들을 거야?” 하고 으름장을 놓으며 무조건 따르도록 해서는 아이로 하여금 어떤 것을 하면 좋고 어떤 것을 하면 나쁜 건지를 언제까지나 알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아이의 자주성과 판단력 발달이라는 측변에서 볼 때, 아이로 하여금 말 한 마디 못 하게 하며 억압적으로 굴복시킬 게 아니라, 왜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지 반드시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