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한국미술관에 들렀다가 우연히 김용구 사진작가의 마차푸차레(네팔) 전경을 담은 사진을 접했다. 깜짝 놀랐다. 천상계와 인간계와 지하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듯 두렵고 황홀했다. 투덜거리며 3층까지 올라왔던 계단이 사라졌다. 성배에 입 맞추려 했던 신자처럼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 다 천사인 줄 알았다.

 

 마차푸차레는 시바 신에게 봉헌된 산으로 현지인이 숭배하는 존재감이 큰 산이다. 네팔 정부에서 등정을 막아 놓아, 아직까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신성한 산, 해발 6998m, 정상 부분이 물고기 꼬리를 닮았다 하여 마차푸차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마치 상쾌한 바닷바람에 머릿결이 날리는 기분이다.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 공항에 내리면 바로 보이는 설산. 왼쪽으로 안나푸르나 남봉, 오른쪽으로는 안나푸르나 II봉이 같이 보인다. 사실상 설산 풍경의 스카이라인을 압도하는 산으로, 특유의 상징성 때문에 잠결에서조차 잊지 못한다. 파드닥 차고 일어서는 날 것 지느러미의 궁극적 힘을 느낄 수밖에,

 

 1957년 영국의 지미 로버츠가 이끄는 원정대가 등정 시도를 한 적이 있지만, 정상까지 50m를 남겨두고 다시 내려왔는데, 그 이유는 지역 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겨 숭배하는 산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정상은 절대로 밟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고 올라갔기 때문이기도 하다.

 

 참고로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트레킹으로는 마르디히말 트레킹이 있다. 보통 4박 5일 일정이며 4,500m의 마르디히말 베이스캠프까지 올라갈 수 있다. 길이 협소할 뿐만 아니라 깎아지른 듯한 사면을 측면에 끼고 이동해야 해서 종종 실족으로 인한 사망사고도 발생하는 구간이므로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이런 험한 코스를 92세 노익장 김용구 작가의 열정 관념 직관 통찰을 통한 풍경 사진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났다. 아마도 수만 가지의 창을 통해 약동하는 상상과 폭발하는 지적 호기심을 담아내기에 카메라의 뷰파인더는 한없이 바빴을 것이다. 명징한 주제 의식, 진정성을 탐구하는 작가 정신이 돋보인다. 

 

 전시회지만 현장에서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형형색색으로 표현되는 모양 빛깔이 서로 다른 여러 가지 구도로 교묘하게 복합적으로 뒤섞여 있어 관람객들의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함은 물론 탐구의 유전자를 가졌다면 삼라만상의 창조주를 만날 수도 있다. 피사체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와 삶의 방식과 삶의 고유성을 살려, 날면, 날아갈 것 같은 새로운 형태가 만들어지고 완성된 색감은 정지한 사물들의 고요한 뒷면까지 둘러볼 수 있다. 즉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보이는 것을 더 꼭 끌어안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꼭 끌어안게 된다. 이항 대립을 넘어선 구도다.

 

 작품이 주는 위로 교훈 계시는, 비천한 육체에 깃든 희로애락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눈물과 한숨을 잊을 수밖에 없는,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보배가 가득한 사진이다. 카메라 하나만 달랑 손에 쥐고 건조한 입술에 침을 바르며, 숙련된 손길로 찰칵찰칵,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아, 지구 행성에서 돗자리를 깔고 우주의 풍경을 구석구석 담고 있었다니, 마차푸차레에 투영되는 하늘빛과 석양에 붉게 물드는 광활한 자연과 줄지어 늘어선 사물들, 가히 장관이다. 렌즈를 통해 우주를 탐험하는 특별한 축제, 세상을 새롭게 열고 있는 김용구의 탐사 건배에 큰 박수를 보낸다.